중고거래에 물류가 개입한 건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이미 편의점 택배, 방문 택배, 검수 기반의 배송 서비스까지, 직거래를 대신할 여러 선택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리 잡아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당근마켓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바로구매’ 배송을 전담하게 된 건 다른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직거래의 불편을 해소하는 옵션이이 아니라, 물류가 플랫폼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제휴는 배송 옵션의 확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중고거래가 이제는 결제와 배송을 아우르는 완결형 서비스로 전환되는 계기라는 점에서 플랫폼이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 물류사가 그 시장을 어떤 방식으로 선점하려는지를 드러내는 이정표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흐름을 짚어보고, 중고거래 플랫폼과 물류업계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선택하는 물류 전략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각자가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이용자의 신뢰와 편의성 확보라는 목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근마켓입니다. ‘바로구매’ 기능을 통해 결제부터 잡화, 배송까지 전 과정을 CJ대한통운이 전담합니다. 이는 사용자가 플랫폼 안에서 결제하면 곧바로 물류 프로세스가 이어져, 별도 과정 없이 물품이 배송되는 구조입니다. 흔히 E2E(End to End)모델이라고 불리며, 말 그대로 거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체계 안에서 처리되는 방식입니다.
중고나라는 다방향 제휴 전략을 택했습니다. CU 알뜰택배, 세븐일레븐 편의점택배, 롯데 방문 택배 외에도 화물운송 샌디까지 다양한 파트너와 연결해 이용자에게 여러 배송 옵션을 제공합니다. 물류 파트너십을 다양화해 거래 범위와 편의성을 넓히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번개장터는 차별화를 검수센터에서 찾았습니다. 리셀 특화 전략으로, 검수와 물류를 결합해 위조∙훼손 리스크를 낮추고 브랜드 신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 배송을 넘어서 품질 보증을 물류 과정에 통합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물류가 단순 보조가 아니라 플랫폼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가 더 빠르고, 누가 더 편리하며, 나아가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설계하느냐가 플랫폼 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고거래는 이제 생활 속 기본 소비 행위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직거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거래를 확장하고, 사용자를 플랫폼 안에 붙잡아 두려면 신뢰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때 물류는 단순한 ‘배송 경로’가 아니라 락인을 만드는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기능합니다. 결제와 물류가 플랫폼 안에서 연결될수록, 사용자가 떠나기 어려운 구조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물류사에게도 이번 흐름은 기회입니다. 그동안 B2C 이커머스 시장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C2C라는 새로운 볼륨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단순 배송을 넘어 플랫폼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물류사는 거래 신뢰의 일부를 책임지는 역할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이는 물량 확보 이상의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고거래는 하이퍼로컬 생활물류의 대표적 실험장이 되고 있습니다. 동네 단위에서는 즉시성과 간편성이 중요하고, 전국 단위로 확장되면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구됩니다. 두 가지 상반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시장이 바로 C2C 중고 거래입니다. 이런 복합적 요구는 곧 업계 전체에 새로운 표준과 솔루션의 필요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고거래가 직거래 중심에서 물류 경유형으로 옮겨가면서, 물류센터는 단순히 물건을 오가는 중간 거점이 아니라 거래를 성립시키는 브릿지로 위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몇 가지 질문이 따라옵니다.
누가 물품을 어떻게 검수했는가?
누락∙파손∙오염은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분쟁이 생겼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과거 직거래에서는 개인 간 신뢰에 기댔던 문제들이, 이제는 플랫폼과 물류사가 책임을 공유해야 하는 과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질문들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플랫폼은 신뢰를 잃고, 물류센터는 단순 배송업체로 머물 뿐입니다. 물류는 더 이상 이동만 담당하지 않습니다. 책임을 설계하고 신뢰를 보증하는 구조로 변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물류 업계는 인프라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거래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분쟁 발생 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해진 것이죠. 예컨대 영상 기반 검수∙기록 시스템은 출고 오류를 잡아내는 것 이상으로 이용자에게 ‘보이는 신뢰’를 제공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중고거래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브랜드 물류, 리테일 전반에서도 “물류=브랜딩 자산”이라는 관점이 강화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고 거래에서 물류는 이제 단순한 옵션에 그치지 않습니다. 플랫폼이 성장 전략의 축으로 물류를 전면에 올리고, 물류사 역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당근마켓과 CJ대한통운의 협업은 그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중고 거래에서 물류의 역할은 거래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책임과 증거를 담보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즉, 물류에서는 신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 유통사, 그리고 물류 업계가 모두가 이 흐름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중고 거래라는 실험장에서 보여준 이 전환은 곧 더 큰 시장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누가 먼저 물류를 신뢰의 무대로 설계하느냐가 다음 성장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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